남아메리카에 서식하는 몰포나비처럼 다양한 각도에서 똑같은 푸른 빛깔을 낼 수 있는 ‘생체 모방 반사형 디스플레이 원천기술’이 개발됐다.
카이스트(KAIST)는 물리학과·나노과학기술대학원 신중훈 교수팀이 몰포나비와 같이 여러 각도에서 같은 색깔을 낼 수 있도록 무질서와 질서가 공존하는 구성물질 구조를 유리구슬로 완벽하게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무지개, 공작새 등의 영롱한 색은 투명한 물질들의 주기적인 구조에 의해 반사와 간섭을 거치면서 만들어지는 구조색으로 매우 밝고,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바뀐다.
하지만 이번에 모방대상이 된 ‘몰포나비’는 밝은 구조색을 가지면서도 다양한 각도에서 같은 형태의 푸른 빛깔을 낸다.
연구팀에 따르면 몰포나비의 날개 구조는 1μm(마이크로미터) 수준에서 관찰하면 주기적인 질서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100nm(나노미터) 수준에서는 주기성을 뛰어넘는 무질서를 구조 속에 포함하고 있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나노미터 수준에서 질서와 무질서를 동시에 포함하는 구조의 완벽 재현에 도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신 교수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다양한 크기를 갖는 수백 나노미터(nm) 크기의 유리구슬을 임의로 배열해 무질서를 구현했고 이어 배열된 유리구슬 위에 반도체 증착 방법을 통해 주기적인 박막을 쌓아 유리구슬의 무질서를 상쇄시켜 넓은 면적의 몰포나비 구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새롭게 개발된 박막은 몰포나비의 색과 밝기의 재현을 넘어 실제 몰포나비 보다도 각도에 따른 색의 변화가 훨씬 더 적은 우수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또 이 박막을 얇은 플라스틱 필름 안에 넣어 몰포나비 보다 우수한 성질을 유지하면서도 더 견고하고 종이처럼 접을 수 있는 신개념 재료를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외부 빛을 반사시켜 화면을 출력하는 반사형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는 원천기술로 밝으면서도 전력소모가 매우 적은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이 기술을 이용해 5만원권 지폐의 부분 노출 은선을 만들어 위조나 복제가 어려운 화폐를 만들 수 있고, 반짝거림이 강하기 때문에 핸드폰이나 지갑 등 코팅재로도 유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중훈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 생체모사 기술의 대표적 성공사례”라며 “구조색을 이용하는 반사형 디스플레이 뿐 아니라 센서, 패션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결과는 재료분야 최고 권위 저널 중 하나인 어스밴스드 머터리얼스(Advanced Materi als)지 온라인 판에 게재됐으며 오는 8일자 내부 표지논문으로 게재된다.
한편 이번 연구는 신중훈 교수(제1저자 정경재 박사과정 학생)와 서울대 전자과 박남규 교수, 삼성 종기원이 공동으로 수행했으며 한국연구재단과 교육과학기술부의 세계수준의 연구중심대학육성사업(WCU)의 지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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