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 나무는 주인공 소녀에게 자신의 열매인 사과를 주고, 그네를 지탱할 수 있는 나뭇가지를 제공해준다. 소년이 어른이 되면서 집이 필요하면 집을 지을 나뭇가지를 잘라주었고, 배가 필요할 땐 줄기를 주었다. 그렇게 많은 것을 주고도 그저 밑둥이만 남아있을 때조차 나무는 늙어서 자신을 찾은 소년에게 쉼터가 되어준다. 소설에서처럼 나무는 사람들에게 어머니의 품과 같은 대자연의 대명사이자, ‘쉼’이란 의미로 다가온다.
이런 나무가 최근에는 상업용 공간에서도 효자 소재가 되고 있다. ‘친환경’이라는 트렌드의 강세 속에서 사인이나 인테리어에 무한한 영감을 주며 친환경 트렌드의 대표주자로 자리잡고 있다.

전통의 거리에서 인기있는 나무
우선 나무가 간판이나 인테리어에 활용된 예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강한 거리에서 종종 목격된다. 인사동, 삼청동, 전주 한옥마을 등 한국적 정서가 많이 녹아있는 전통의 거리의 매장들은 나무를 많이 사용한다.
아무래도 전통적인 거리의 분위기를 만끽하면서 차분하게 쉴 곳을 찾는 이들이 많이 찾는 곳인 만큼, 그네들의 발길을 잡기 위해서는 거리만큼 아날로그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전통찻집이나 한식을 주메뉴로하는 식당 등은 대부분 나무로 간판과 인테리어를 꾸민다. 또한 꼭 이같은 업종들이 아니더라도 그런 거리들에 입점된 다양한 업종의 매장들도 나무를 소재로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프랜차이즈 업종도 예외는 아니다. 다른 거리에서는 LED 등 최신의 소재를 사용해 첨단의 이미지로 어필하는 매장들도 이런 거리에 입점하게 되면 해당 지역에 걸맞는 이미지로 바꾼다. 삼청동에 들어간 의류 브랜드 타운젠트나 화장품 브랜드 더샘이 다른 지역의 매장과 달리 나무간판과 인테리어를 선보이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공원이나 문화재에도 나무 사용 증가
최근에는 공공지역의 시설물에도 나무의 사용이 확산되고 있다. 산림공원, 도심공원, 관광지, 문화재 소재지 등의 위치안내도나 관광안내판, 각종 푯말 등을 나무로 제작해 설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종전에는 알루미늄이나 서스(SUS) 등 금속 재료를 적용했던 게 대다수였는데, 최근에는 나무로 대부분 나무로 바꿔 달고 있다. 사실 뒤틀림이나 갈라짐, 충해 등 나무는 금속 소재들에 비해 옥외환경에서 내구성이 다소 떨어지는 경향도 없지 않은 게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과의 조화, 친환경 소재 사용을 독려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공공공간에서의 나무의 활용도가 증가하고 있다.    

프랜차이즈형 매장에도 적용 확산돼 
이같은 나무의 인기는 프랜차이즈형 매장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다른 소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가의 소재면서 사후관리 및 유지보수가 쉽지 않아 프랜차이즈 매장의 소재로 사용하기 적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지만, 최근에는 개인 소호 뿐 아니라 프랜차이즈에서도 나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추세다.
이같은 현상은 특히 커피전문 프랜차이즈로부터 먼저 시작됐다. 커피전문점의 경우 매장의 특성상 안락한 휴게공간의 이미지로 꾸며지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 나무라는 소재가 부합하기 때문이다. 카페베네는 방부목 대신 진짜 나무를 사용해 간판과 인테리어 곳곳을 꾸몄으며, 이밖에 다른 브랜드들도 나무를 주소재로 간판과 인테리어를 꾸미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승희 기자 [ⓒ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