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보다 문화로 받아들여지는 경향 강해… 이슈 만들기에도 제격

건물이나 공간의 외벽에 페인트로 그림을 그리는 벽화가 브랜드 광고시장에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최근 다양한 기업들이 벽화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냄에 따라서다. 벽화 광고는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는 나름 시장이 확실한 옥외광고의 한 장르로 자리잡고 있다. 일반 광고와 달리 하나의 작품으로 비춰지면서 메시지 전달력과 브랜딩 효과가 높은 광고매체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미국 최대 벽화광고 회사인 콜로설(Colossal)은 높은 광고비용과 긴 제작기간에도 많은 브랜드들이 줄을 서고 있을 만큼 확실한 시장을 가지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 벽화는 공공미술의 범주에서 활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상업 광고의 용도로 사용되는 일은 적다. 홍대나 성수 등 일부 지역에서 벽화를 이용한 광고가 종종 운영되기는 하지만 그 사례는 극히 적은 편. 하지만 최근들어 차별화된 공간 마케팅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벽화를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관련 시장에도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맥심, 하이트진로, 배스킨라빈스 등의 사례를 꼽을 수 있다.

맥심과 하이트진로는 자사의 팝업(비상설) 브랜드 스토어를 운영하면서 매장 건물의 외벽에 벽화 광고를 활용했다. 맥심이 운영한 모카책방에서는 커피를 즐기는 사람의 이미지를 그려 넣었고, 하이트진로의 굿즈를 판매하는 두껍상회 또한 자사의 심벌 캐릭터인 두꺼비의 모습으로 재미있는 벽화들을 만들어 냈다. 배스킨라빈스의 플래그십 스토어 하이브한남의 경우 건물의 한쪽 벽면 전체를 유명 그래피티 작가에게 맡겨 색다른 작품을 만들어 냈다. 가장 최근에는 영상 플랫폼 티빙이 자사의 오리지널 콘텐츠 ‘서울체크인’의 홍보를 위해 성수동에 그린 벽화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런 벽화 광고가 일반 광고와 달리 광고 그 자체로 이슈가 되는 것은 광고와 예술의 중간지점에서 지니고 있는 묘한 이미지 때문이다. 사실 자사 건물이 아닌 곳에 집행되는 벽화 광고는 불법 광고에 속한다. 물론 벽화 광고에서는 해당 브랜드명이나 제품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표시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그 경계 또한 애매하다. 중요한 점은 벽화광고에 대한 시민들의 거부감이 없다는 점이다. 되레 사람들은 지나가다 만나게 되는 벽화에 재미있어하고 광고 자체를 즐긴다. 광고보다는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는 것. 실제로 예전 컨버스가 홍대의 한 건물에서 집행한 대형 벽화 광고는 그해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다.

또한 벽화가 그려지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유튜브에서 매우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하고, 시민들이 완성된 벽화 앞에서 찍은 사진을 SNS에 공유하면서 일반 광고보다 다양한 파급효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국내의 벽화 전문기업 알피(RP) 관계자는 “벽화 광고는 완성된 이미지도 공산품에 가까운 기존 광고와 달리 하나의 작품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다, 준비 작업부터 완성되기까지 전 과정 자체가 하나의 퍼포먼스 작품으로 비춰지기도 한다”며 “이런 장점으로 국내 벽화 광고에 대한 관심이 점점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중 기자[ⓒ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