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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 l 제463호 l 2023년 03월 01일 l 조회수:392
    말많고 탈많은 정당 현수막… 현수막 전쟁으로 온 나라가 몸살중

    지자체 민원 폭주, 정치인들 고소고발 사태, 안전사고 우려도 폭증
    서울·인천 구청장들 “관련 법과 시행령 개정해달라” 정부에 요구

    전국에서 현수막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마구잡이 난립이 심화되고 정치권의 정쟁 수단화가 되면서 현수막 관리를 맡은 지자체에는 민원이 폭주하고 설치와 철거를 둘러싸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안전사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때는 겉잡을 수 없는 현수막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정게시대 외에 설치하는 불법 현수막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정당 현수막을 허가없이 어디에나 게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옥외광고물등관리법이 개정되고 12월에 시행에 들어가면서 문제가 심각해졌다. 정치인은 정당의 정책이나 현안을 담은 현수막을 허가나 신고없이 게시대 이외 장소 어디에나 설치가 가능하다. 게시기간 15일만 지키면 수량과 장소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막상 법이 시행되고 때마침 등장한 난방비 폭탄 및 검찰 수사 등 이슈를 타고 정당들간 현수막 게시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각종 언론매체에는 난립한 정당 현수막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이를 초래한 법규정에 대한 문제 제기가 빗발치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들을 적시하면서 난립 현수막이 초래하는 미관 및 안전상의 문제점, 시민들이 제기하는 형평성 문제, 민원과 단속 사이에서 고충이 많은 지자체 단속 공무원들의 애로와 불만 토로 등을 엮어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정당 현수막을 둘러싼 정치권의 다툼은 가히 현수막 전쟁이라 불릴 정도다.

    서울 송파구에서는 진보당이 설치한 현수막을 구청이 철거하면서 큰 싸움이 벌어졌다. 싸움은 불법 철거 대 불법 현수막 주장이 충돌하더니 고소고발전으로 번졌다. 광주 서구와 동구에서도 정당 현수막 철거를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하는 등 전국 곳곳에서 현수막 설치와 철거를 놓고 정당과 지자체, 정치인들간에 격렬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난립하는 정당 현수막은 운전자와 보행자의 시야를 가려 시민들의 안전도 위협하는 지경이 됐다. 인천 연수구에서는 인도를 걷던 대학생 A씨가 사거리에 설치된 정당 현수막 게시용 끈에 목이 걸려 인도 바닥에 고꾸라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A씨는 가벼운 찰과상만 입었는데 만약 차도쪽으로 넘어졌다면 차량과의 충돌 사고가 일어날 수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문제의 현수막은 성인 목 높이로 낮게 설치됐는데 끈이 얇아 야간에는 식별이 어려운 상태였다고 한다. 정당 현수막의 난립, 그에 따른 혼선과 마찰은 법 개정때부터 충분히 예상됐지만 여야 정치인들의 정략적 선택이라 허점이 많았다. 행정안전부는 개정 법 시행에 맞춰 ‘정당 현수막 설치‧관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각 지자체에 배포했다. 가이드라인에서 정당 현수막인지 여부는 지역 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가이드라인은 지자체가 지킬 의무가 없고 실제로 잘 지켜지지도 않는 것이 현실이다. 법개정 직후 부각된 난방비 폭탄과 검찰 수사를 둘러싼 여야 정치권의 강대강 대치는 현수막 전쟁으로 이어졌다. 전봇대, 가로수는 일반적이고 신호등까지 활용되는 실정이다. 무차별 경쟁을 넘어 거의 살포 수준이다.

    지자체 현수막 담당 부서에는 정당 현수막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일선 공무원들은 민원에 시달리는 한편 ‘통상적인 정당활동’인지 아닌지 해석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앞으로의 상황은 더 비관적이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7월 말이 되면 선거를 앞두고 현수막 설치를 제한해왔던 공직선거법 조항이 폐지되고 해당 조항이 개정되도록 돼있다. 그러면 내년 총선에는 정당 뿐아니라 일반 유권자, 시민사회단체 등도 현수막 게시가 가능해진다. 서울의 한 구청 담당자는 “선거철이 아닌데도 이 정도인데 막상 내년 선거철이 됐을 때 길거리 풍경이 어떨지 벌써부터 걱정”이라면서 “향후 더 심화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모호한 관련 법조항을 세부적으로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수막 난립이 업계에 긍정적인 효과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과포화는 광고 효과가 떨어지는 문제 뿐아니라 현수막에 대한 일반의 혐오와 기피를 조장해 장기적으로 반작용과 부작용이 커지는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수막과 관련된 옥외광고물등관리법을 서둘러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시 25개 구청장들은 2월 15일 회의를 열고 정당 현수막으로 인한 문제점들에 대해 대처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 법에 정당 현수막의 설치 및 관리 근거를 마련하고 시행령에 설치 및 관리의 기준을 신설하도록 정부에 요청하기로 의결했다. 인천지역 군수‧구청장 협의회도 지역 정치권에 현수막 설치 자제를 촉구하는 한편 정부를 상대로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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