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불법 현수막과 불법 전광판 결합시킨 초대형 세트 광고판 등장
불법 상업광고 급속 확산중… 수익 대비 턱없이 약한 처벌 수준이 원인
요즘 옥외광고 업계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많이 나오는 얘기중 하나는 불법 옥외광고 얘기다. 옥외광고에 관한한 대한민국은 불법이 판을 치는 무법지대라는 비아냥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요 몇 년 전부터 서울 전역에서 초대형, 최첨단 불법 상업 광고물들이 우후죽순처럼 확산되고 있다. 불법으로 얻는 이익이 막대한 반면 불법으로 인한 부담은 아주 미약하기 때문이다. 단속 법이 있고, 단속 기관도 있고, 단속 공무원도 있지만 안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실효성있는 단속은 전무하고 거의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 그래서 불법을 안하고 합법으로만 옥외광고 사업을 하는 사람은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는 낙오자이자 바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런 비아냥을 사실로 확인시켜주는 불법 옥외광고 현장이 최근에 등장했다. 대한민국의 심장부로 일컬어지는 서울 강남, 그 중에서도 옥외광고의 최고 명당이라는 강남역사거리가 바로 그 현장이다.
이 현장은 그동안 불법 옥외광고는 주로 유동광고물이나 현수막 등에서 이뤄진다는 가설을 통으로 뒤집고 있다. 옥외광고의 최첨단 미디어로 꼽히는 디지털 사이니지로 그 영역이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 강남역사거리의 동남방향에 나란히 서있는 미진프라자빌딩과 강남센터빌딩에 설치된 2개의 전광판에는 7월 초순쯤부터 같은 영상의 상업 광고가 동시에 표출되고 있다. 미진프라자빌딩 전광판은 전부터 있었던 것이고 강남센터빌딩 전광판은 최근에 신설된 것이다.
법규정상 전광판은 200m 이상의 이격거리를 두어 설치해야 한다. 그런데 저 두 전광판 사이의 거리는 채 20m도 안돼 보인다. 신규 설치된 전광판의 자세한 인허가 과정을 살펴봐야 판단이 되겠지만 둘 다가 불법이거나 최소한 하나는 명백한 불법이다. 인허가 기관의 정상적인 심의 통과와 허가가 있었다면 기관이 불법을 저질렀거나 직무를 부당하게 수행한 것이고, 없었다면 사업자가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사업자 Y사의 광고제안서가 유포된 뒤에는 업계에 ‘불법의 끝판왕’이라는 비아냥과 함께 인허가 관계자들의 비호설과 유착설이 나돌고 있다.
제안서에 적혀 있는 전광판 광고료는 2개를 묶은 30초 1구좌의 월 광고료가 3,000만원이다. 통상 전광판의 30초 상업광고 구좌는 총 16개로 구성된다. 전광판 2개의 월 총 광고료가 4억8,000만원에 이르는 것이다. 제안서에는 2개의 전광판 바로 위에 설치된 초대형 현수막 래핑광고의 시뮬레이션 사진과 매체 사양도 표기돼 있다. 현수막 크기가 957㎡와 611㎡에 달한다. 2주간 게시 비용이 광고료 각 1억2,000만원에 제작비 각 5,500만원이다.
산술적으로 전광판 2개와 래핑 2개 모두에 한 달 동안 광고를 집행하면 사업자는 제작비 포함 총 10억7,000만원의 광고수입을 얻을 수 있다. 부가세는 별도다.
바로 이 광고수입이 ‘불법의 끝판왕’ 소리를 듣는 4종 옥외광고 세트의 탄생의 배경이다. 또한 불법 옥외광고물이 우후죽순처럼 번져나가는 근본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불법으로 적발되거나 신고를 당할 때 사업자에게 가해지는 벌칙은 거의 대부분 과태료가 고작이다. 과태료는 1회 상한액이 500만원이고 그마저도 연간 2회가 또 상한이다. 불법 광고 수입액이 연간 수십억원이든 수백억원이든 연간 1,000만원만 내면 그걸로 끝인 것이 현실이다. 법규정에는 형사 처벌도 있지만 사실상 거의 사문화된 상태다. 그래서 업계 사람들은 이 과태료를 불법 면허료라 부르기도 한다.
SP투데이는 저 세트 광고와 관련해 강남구와 사업자측에 여러 가지 질의를 하였으나 사업자측은 답변을 하지 않았고 강남구 관계자로부터는 사업자의 사업과 연관된 민감한 내용이라 전화로는 답변해줄 수 없고 정보공개를 청구하라는 안내만 받았다.
Y사 광고제안서에 담긴 강남역사거리 미진프라자빌딩 전광판(왼쪽 건물)과 강남센터빌딩 전광판의 광고 시뮬레이션 사진.
Y사 광고제안서에 담긴 강남역사거리 미진프라자빌딩(왼쪽 건물)과 강남센터빌딩에 초대형 현수막 래핑 광고가 게시된 시뮬레이션 사진.
최근 강남역사거리 미진프라자빌딩(왼쪽)과 강남센터빌딩 전광판에 동일한 영상과 다른 영상의 광고가 표출되고 있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