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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희 l 제355호 l 2016년 12월 26일 l 조회수:621
    [창간특집3] 주민·업자 등 이해당사자들, 불만 확산

    SP투데이 창간 14주년 특집 > ‘세금먹는 하마’ 간판정비사업, 이대로 좋은가

    ‘주민재산권’ 침해와 계속되는 ‘개성 몰살’
    간판 수요·단가 급감 유발… 산업의 몰락 초래

    간판은 사유물이지 공공재는 아니다. 다만 많은 시민들이 공유하는 거리에 보이기 때문에, 안전성이나 디자인, 크기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고려돼야 할 것들이 있다. 이유야 어쨌든 공공재가 아닌 간판을, 간판정비사업 한번 할 때마다 100개쯤 되는 다량의 간판을 국가가 수억의 돈을 주며 바꿔준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또 이 사업을 둘러싼 이해당사자들 누구도 이 사업을 환영하지 않는다.
    사업을 할 때마다 가장 반발이 심한 주체는 사업 구간에 선정된 구간의 해당 점포주들이다.
    한글거리간판사업이 추진됐던 울산의 한 점포주는 “1,000만원 가량을 투자해서 만든 새 간판을 구에서 사업구간에 해당된다며 바꾸라고 하는데 불법 간판도 아닌 것을 바꾸라니 도무지 수용하지 못하겠다”며 사업에 반대했다.
    또다른 점포주는 “그동안 잘쓰던 간판을 바꾸면 단골들을 잃게 될까 걱정”이라며 “옆집하고 구분도 안되는 디자인을 갖고 와서 달라고 하는데, 누가 달고 싶겠냐”고 의견을 전했다.
    이같은 갈등은 ‘도시미관 개선’이냐 ‘주민재산권 보호’냐를 둘러싼 것이다. 점주들은 간판을 철저하게 사유물로 생각하고, 또한 생계의 수단으로 보기 때문에 ‘눈에 잘 띄게’ 만들고 싶어한다.
    서울의 한 점포주는 “일산이나 신도시 등을 지나가다 보면 일률적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문자 간판들을 보고 시민의 입장에서 괜찮다는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막상 가게를 오픈하고 간판을 설치해보니 그런 간판을 달고 싶지 않았다”며 “그런 일률적인 디자인은 점포의 위치나 특성, 업종과 무관하게 만들어진 것이라 개성도, 정체성도 없다”고 말했다.
    물론 도시의 미관을 가꾸겠다는 취지와 목적이 나쁘지는 않지만, ‘고가의 비용을 들여 설치한 간판’, ‘새로 건지 얼마 안된 간판’도 교체 대상이 되다보니 반발을 사는 것은 당연지사다. 더군다나 채널사인과 프레임으로 단조롭게 설치되는 획일적인 간판이다 보니 사업은 더욱 불청객으로 다가온다.
    언뜻 간판정비사업이 많이 이뤄지면 수혜를 볼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옥외광고 업자들 마저도 사업을 외면하고 반대한다. 십수년 째 이어져온 사업의 과정이나 결과가 가져온 부작용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사업을 하다보니 어느순간 시민들은 지갑을 닫아버렸다. 인근에서 사업이 진행되면, 자신에게도 사업의 순서가 돌아올 거란 생각에 ‘간판 사업’을 기다리는 것이다. 자비들여 섣불리 간판을 달았다가 덜컥 사업 구간에 포함돼 버려 간판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 오면 낭패이기 때문이다. 혹은 ‘간판은 정부 예산으로 바꾸는 것’으로 인식하고 ‘언제 바꿔주나’ 하며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우후죽순 사업의 여파로 지역에 기반을 두고 영업을 하는 ‘동네간판 집’들의 매출이 한순간에 급감해버렸다.
    사업은 비단 수요 급감 뿐 아니라 간판의 단가 하락이라는 큰 부작용을 유발하기도 했다. 서울시가 디자인서울거리 사업을 하면서 1업소당 지원하던 간판 예산을 150~200만원 선으로 대폭 축소했는데, 그 단가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마치 시장 단가인 것처럼 고정이 돼버린 것이다. 당시 한 업계 관계자는 “디자인비도 책정되지 않은 그야말로 제작비 수준의 말도 안되는 단가”라며 “그렇게 말도 안되는 단가에도 업자들이 사업하겠다고 달려드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뿐이 아니다.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는 비리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에 사업에서 수요가 나오더라도 일부 업체가 독식하는 경우도 많다. 대전의 간판정비사업에 공모에 참가했던 한 업체 관계자는 “응모한 업체들이 차례대로 발표를 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보니 어떤 업자는 이미 구청 관계자들과 친근하게 인사도 주고 받아서 눈에 띄었는데, 나중에 보니 사업자에 선정되어 있더라”며 “우리가 여러 가지 선행 평가에서 앞서 있었는데 납득이 되지 않아 심사결과 공개해달라고 하니 그것도 안해주더라. 지자체와 업자가 짜고치는 고스톱 판에 들러리가 된 것이었다”고 비난했다.
    이렇게 간판정비사업은 간판 수요 및 단가의 하락을 유발하고 각종 특혜 비리 의혹을 만들어내면서 옥외광고 업계에 상처를 안겨주고 있다. 주민의 환영도 받지 못하고 관련 산업의 몰락 유발 등 각종 부작용을 낳고있는 간판정비사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승희 기자  [ⓒ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후 관리의 부재… 어두워진 거리 표정

    사업에 맞지 않는 간판·조명 재설치… 예산 낭비 초래

    사업이 끝나고 난 뒤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곳도 많아 사업 취지를 무색케 만들고 있다.
    2012년 사업을 한 지방 한 소도시에서는 3억여원의 사업비를 들여 떠들썩하게 사업을 진행해놓고 사후관리를 하지 않아 간판 형평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사업이 진행되고 1년도 채 안돼 해당 구간의 일부 점포의 주인이 바뀌어 업종이 전환되면서 간판을 새로 설치했는데, 다른 점포보다 크거나 다른 제작방식의 간판을 쓰면서 기존 업자들의 간판보다 튀게 된 것이다. 기존부터 가게를 운영해온 한 점포주는 “기존에 사업을 하면서 디자인나 제작방식을 통일해버렸는데, 가게들이 바뀌면서 설치하는 새 간판들은 기존 방식과 달라지면서 오히려 새로 들어온 가게들만 튀는 상황이 됐다”며 “구청에서는 사업만 해놓고 이런 문제가 불거져도 나몰라라 한다”고 전했다. 사업에 대한 허술한 관리와 부재가 되레 기존 사업에 참여했던 점주들에게 역차별로 돌아가고 있어 사업 참여 주민들 사이에서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구 관계자는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관리를 하려면 또 예산이 필요해서 여건상 관리가 어렵다”고 밝혔다.
    사업 이후 마음에 들지 않은 간판을 아예 다시 바꿔 달거나 추가 설치를 하는 경우도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 마포구 용강동 한 주민은 “간판정비사업을 하고 나서 거리가 너무 어두워진 것이 문제가 됐다”며 “식당가가 즐비한 동네 특성상 야간 손님이 많은데 작은 LED 문자만 달아놓으니 거리 전체가 어두워져 점포들이 하나둘씩 호박등을 추가로 달면서 상가들이 더욱 지저분해졌다”고 전했다.
    LED의 낮은 조도 문제는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실제로 간판정비사업을 했던 의왕시의 경우도 사업 이후 조도가 너무 낮다는 주민들의 불만이 많아 재시공을 하기도 했다.
    100억원대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 유명했던 안양시 1번가 간판정비사업의 경우도 사업후 거리가 어두워 많은 부작용들이 발생됐다고 지적을 받고 가로등 추가 설치를 하는 등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당시 안양시 상가번영회 회장은 “거리가 어둡기 때문에 성범죄 빈도도 늘어나고 노상방뇨 등이 늘어나 거리가 더욱 더러워진 실정이었다”고 전했다.
    간판정비사업의 탓 만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사업 이후 거리 자체에 손님들의 발길이 감소하고 매출액이 줄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늘었다.
    사업에 참여했던 한 점주는 “처음에 사업에 반대했었지만, 지자체에서 경제 활성화 등을 구실로 계속 설득해와 참여했다”며 “하지만 사업 이후 손님이 더 끊겼으니 경제 활성화는 커녕 경제 효과 반감만 가져온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간판정비사업에 참여해야 했던 많은 점포주들이 간판이 크기가 작아서 대중의 눈에 띄지 않고 어필하지 못하기 때문에 매출액 감소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미관 개선, 경제 활성화 등 온갖 좋은 취지는 다 갖다 붙여놓으며 진행한 사업의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예산만 낭비하는 결과를 낳은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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