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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렬 l 제427호 l 2020년 03월 01일 l 조회수:407
    정부와 재벌이 하나되어 국민·구청과 팽팽하게 대결하다

    갈 데까지 간 전세계 유일의 정부 독점 옥외광고 전매사업
    서울 강변북로에 세운 디지털전광 야립광고물 ‘빛공해’ 집단민원 야기
    금호동 피해주민들 “국민생명 위협하는 광고판 당장 뽑아내라” 아우성

    공산국가를 포함해 전세계에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국가 독점 옥외광고 전매사업이 결국 갈 데까지 갔다. 국제행사를 지원하기 위한 기금 마련을 명분으로 지난 2008년 도입된 기금조성용 옥외광고사업은 지난해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끝으로 국제행사가 완전히 소멸, 도입 명분과 존속의 근거를 상실했다. 그런데 이 사업을 관리감독하는 행정안전부와 운영주체인 산하 지방재정공제회, 사업자인 CJ그룹 계열 광고회사 CJ파워캐스트는 오히려 이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다가 결국 불특정 다수 주민들의 피해를 야기, 집단 민원과 시위가 벌어지고 해당 지차체가 거세게 반발하며 광고물의 철거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행안부는 2008년 이 사업을 처음 도입하면서 옥외광고 업계로부터 너무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광고물 조명을 엄격하게 규제했다. 인근 주민들과 농작물의 빛공해 피해를 방지하고 운전자들의 교통시야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민간 사업자들의 광고물 소유권을 행안부 산하 지방재정공제회로 귀속시키기로 한 이후인 지난 2016년 행안부는 옥외광고물등관리법 시행령을 개정, 사업구간 주요 도로변에 LED광원 빛이 점멸하는 디지털 전광판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 조치에 근거해서 지방재정공제회와 CJ파워캐스트는 지난해 12월 서울 강변북로와 동부간선도로가 연결되는 원형 교차로의 한복판에 가로 17m, 세로 8m, 높이 22m의 양면형 디지털 전광판을 설치하고 올해 1월 18일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그런데 시범운영 시작과 동시에 곧바로 사단이 났다. 전광판의 서쪽 정면 방향에 위치한 성동구 금호동 힐스테이트서울숲리버, 서울숲푸르지오 1차와 2차 3개 단지 아파트 주민들이 전광판으로 인한 빛공해 피해와 한강 조망권 침해를 이유로 거세게 반발하며 성동구에 집단 민원을 제기했다.

    성동구는 현장 조사를 거쳐 지방재정공제회에 민원을 전달하고 대책 마련 등 해결을 요구했다. 그러나 상업광고 화면이 주기적으로 반복 점멸하는 방식의 전광판 가동이 계속되고 집단 민원이 더 거세지자 1월 29일 해당 전광판의 철거를 요구하는 공문을 공제회에 발송하기에 이르렀다. 성동구가 철거를 요구한 근거는 주민들에 대한 피해도 있지만 해당 광고물이 정당한 설치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불법 광고물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성동구는 공제회가 광고물 설치시 시행령에 해당 지자체와 사전에 협의를 하도록 돼있음에도 설치와 관련된 절차를 모두 마무리한 뒤 설치 사실을 일방적으로 통보해 사전 협의 절차 위배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범운영 기간 동안 이처럼 심각한 문제가 제기됐에도 공제회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2월 들어 CJ파워캐스트가 전광판의 본격 가동에 돌입하자 피해 주민들의 공제회를 향한 반발과 항의도 격화됐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공제회 산하 옥외광고센터 직원이 주민들을 무시하거나 조롱하는 듯한 태도로 반복 응대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센터의 고질적 병폐로 꼽히는 고압적인 갑질 문화가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주민들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자 2월 18일 공제회 소속 옥외광고센터 간부직원 2명과 사업자인 CJ파워캐스트의 간부직원 2명은 서울숲푸르지오아파트를 찾아 주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들은 사업의 정당성과 입장 설명을 시도했지만 격앙된 주민들의 거센 항의와 생명권 보호를 위해 광고판을 철거해 달라는 호소에 밀려 제대로 된 발언조차 하지 못한채 상부에 상황을 보고하고 그 결과를 통보해 주겠다는 약속만을 하고는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이후 10일이 경과하도록 공제회의 결과 통보는 없었고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곳곳에 현수막을 게시하는 등 전광판 철거를 위한 대응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중이다. 이 사태를 접한 옥외광고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영등포구 당산역 근처 올림픽대로변에 설치된 형광등 내부조명 야립 광고물이 인근 아파트단지 주민들의 빛공해 집단 민원으로 철거된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안부와 공제회, 사업자 모두 점멸 조명의 심각성에 대한 생각이 없이 사업 확장에만 치중하다가 자초한 자업자득의 결과”라면서 “야간조명 피해는 누구도 견디기 어렵다. 아파트쪽 광고면 조명을 꺼야 하는데 그러면 광고탑이 서울의 흉물이 된다. 결국 철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기금조성을 명분으로 한 이 사업이 옥외광고 업계에 대한 피해를 넘어 이제는 일반 국민들 피해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국책사업으로서의 명분도 없고 업계와 국민들을 위한 실익도 없이 피해만 키워가고 있는 이 사업을 이제는 폐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렬 기자[ⓒ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피해주민 - 사업운영자측간 강변북로 디지털 전광판 간담회 지상중계

    “암투병 내 딸 죽으면 누가 책임질 거냐” 70대 노모의 절규

    공제회와 CJP는 광고판의 조도와 휘도 낮춰 가동하겠다 입장 밝혀
    피해 주민과 사업 운영자측, 간담회 가졌지만 이견차만 확인


    2월 18일 저녁 서울 강변북로 디지털 전광판의 빛공해 피해 문제를 놓고 집단 민원을 제기한 금호동 3개 단지 입주민들과 전광판 사업 운영자측인 지방재정공제회 및 CJ파워캐스트간 간담회가 열린 서울숲푸르지오아파트 관리사무실에는 팽팽한 긴장감과 냉기가 감돌았다. 미리 사무실에 나와있던 주민들은 확인 또는 추궁할 내용을 점검하는 등 미리 전의를 가다듬었고 공제회 소속 옥외광고센터 광고사업부 부장과 차장, CJ파워캐스트 부장과 차장은 굳은 얼굴로 함께 입장, 입주민들을 바라보고 서로 섞여 앉아 자리를 잡았다. 주민들이 먼저 참석자들에게 소속과 이름을 밝힐 것과 행안부와 공제회를 대표하는 입장인지를 확인하는 바람에 간담회는 초반부터 청문회를 방불케 할 만큼 경직되고 치열했다.

    센터 광고사업부장이 설명을 시작했지만 얼마 못가 입주민들의 항의와 성토가 줄을 이었다. 한 70대 여성 참석자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그는 자신의 딸이 유방암에 걸려 수술을 받고 집에서 항암치료중이라고 소개하고는 암 때문이 아닌 광고판 때문에 스트레스로 죽게 생겼다면서 내 딸이 죽으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울부짖었다. 다른 참석자는 전광판 때문에 울화병이 생겨 정신과에 다니고 있다면서 약봉지를 들어 보였고 또 다른 참석자는 한 여성 입주민이 전광판 빛공해 때문에 지방에 있는 친정집으로 피신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야간에 아파트에서 직접 촬영한 광고판 조명 사진들이 담긴 노트북을 열어 보여주며 빛공해의 심각성을 직접 이해시키려 애썼다.

    항의와 추궁 발언이 들끓는 가운데 해명에 나선 센터 부장이 국제행사와 지자체 간판정비 지원용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업의 취지를 설명하자 입주민들은 누구를 위한 국제행사냐, 기금과 우리들의 아파트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 공익자금을 위해 주민들이 왜 피해를 봐야 하느냐, 세금 다내는데 세금이 없어서 기금 만드는 것이냐고 따지며 더 거세게 몰아붙였다. CJ파워캐스트 부장이 민원 제기 이후 전광판의 조도를 낮추고 표출 시간도 단축하는 등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하자 한 시간 단축하는 것도 단축이냐며 당장 불을 끄고 광고판을 뽑아내라고 요구했다.

    결국 이날 1시간 가량 진행된 간담회에서 센터와 CJ파워캐스트측은 입주민들의 추궁과 철거 요구에 제대로 된 해명이나 반박을 못한채 상황 보고 및 사후 통보 입장만을 밝히고 되돌아갔다. 3개 단지 입주민들은 이 간담회 직후 ‘금호동 LED광고판 철거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 조직적인 철거 활동에 돌입한 상태다.


    “빛이 싫으면 도시에서 살면 안된다”

    센터 직원의 고압 냉소적 응대가 감정 북돋워

    2월 18일 간담회에서 입주민들은 옥외광고센터 광고사업부 직원에게 일제히 문제를 제기했다. 민원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이 직원이 보였던 태도와 발언을 겨냥한 것인데 전광판 설치도 문제였지만 이후 해당 직원이 반복적으로 보여준 태도에 입주민들이 더 격앙됐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한 참석자가 “도시에서 빛은 피할 수 없다. 싫으면 도시에 살면 안된다” “우리집 앞에도 편의점 광고판이 밝게 빛나는데 나는 신경 안쓴다” “토론토 가봤느냐. 토론토에는 이런 광고판 매우 많다” 등등 직원이 했다는 발언을 줄줄이 나열하자 참석자들은 너도나도 직원의 이름을 따져 물었다.

    참석자들이 녹취까지 다 해놨다면서 사과를 할 것을 요구하자 직원은 결국 장황한 사유를 대며 사과를 했다. 옥외광고센터는 옥외광고 사업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임에도 2008년 설립 이래 민간 사업자들에게 고압적 태도를 보이며 군림을 하려 들고 관료주의적 습성을 보이는 등의 갑질 행각으로 그동안 옥외광고 업계에서 지탄의 대상이 돼 왔는데 이번 디지털 전광판 사태를 계기로 고질적 병폐를 못버리고 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주민들 격분시킨 단지 내 중계기 설치 장면 임대계약

    “내 아파트를 이용해 나를 괴롭히는 것 참을 수 없어”

    이날 간담회에서 주민들이 집중적으로 거론한 것 가운데 하나가 중계기다. 사업 운영자 CJ파워캐스트가 전광판에 광고 컨텐츠를 표출하는데 필요한 중계기를 피해주민 아파트단지에 장소를 임대해서 설치했기 때문이다. 한 참석자는 동대표들이 연간 800만원에 장소 임대계약을 했다고 밝히고는 “내 아파트를 이용해서 나를 괴롭히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참석자는 “동대표들은 중계기 설치 후 강변북로에 초대형 전광판이 설치돼 그 중계기로 가동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면서 “내일 당장 중계기를 떼가라”고 주장했다. 이 중계기 설치장소 임대계약 문제는 단지내 입주민과 동대표들간 불화와 반목의 원인이 되고 있다. 간담회 이후 입주민들은 동대표들이 800만원에 입주민들의 건강권과 조망권을 팔아먹었다며 책임지고 철거하라는 현수막을 제작해 단지에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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